1. 그 시작은 바보같고도
07년 발매, 스토리는 사랑하는 남편 세이시로의 사이에서 쌍둥이 아이를 갖게된 여주인공으로부터 시작합니다. 하지만 남편은 이집트로 떠나가버리고 요새는 한국아침드라마에서도 쪽팔려서 안나올 것같은 엄한 시어머니상의 시도우 스즈호씨는 아들내미를 꼬여낸 도둑고양이여자를 용서할 수 없어 아이를 뺏고 주인공을 내치려하지요. 여주인공은 필사적으로 저항, 결국 아들 한명을 데리고 시도우 가에서 나와 혼자 살 수 있게 됩니다..

여기까지가 오프닝 다이제스트인데요, 아들 둘 중 장난꾸러기 타입과 어리광쟁이 타입중 선택해서 키울 수가 있습니다. 활기넘치는 아들의 이름은 라이토(당연히 류우토라고 믿고 있었는데orz), 어리광쟁이 아들의 이름은 후우토. 그리고 나츠미는 아들을 육성하게 됩니다.

여기서 난데없이 튀어나오는 것이 공략캐릭터. 아들의 직업군에 따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틀려져 연애노선을 걷게 된다는 거였어요. 전체적으로 스타일리쉬한 게임답게 개성적이고 예쁜 캐릭터들이 많습니다. 아들은 그 캐릭터 옆에서 알바를 하기도 하고, 소개받기도 하면서 점차 친해져요.

고백합니다

전 아들과 공략캐릭터가 맺어지는줄 알았어요.'ㅅ'

그..그치만 그렇잖아요?; 남자여도 뭐 별로.. 라기보다 아들육성게임이니까... 어라? 어라라라라???;
죄송합니다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알고 봤더니 공략캐릭터가 맺어지는 대상은 아들이 아니라 엄마. 나츠미를 좋아하긴 했지만 아들육성게임이니만큼 엄마의 연애노선은 아예 아웃으로 여기고 있던 저는 좀 당황했습니다. 어쩐지 아빠가 멀리 떠나더라. ...잉? 아빠?

넵. 요는 이 게임, 기본적으로 공략캐릭터x엄마=불륜이 되는 겁니다(...)


2. 아빠, 그 천인공노할 인종
하지만 플레이어 입장에서 마냥 불륜은 안돼!라고 할 수도 없는 게 이 게임 내에서 아이들의 아빠, 시도우 세이시로는 정말.. 좀 패주고 싶어지는 인간입니다. 대학교수를 하면서 갓 입학한 나츠미에게 한눈에 반해 20살짜리 소녀와 냉큼 결혼(집안 허락도 안 받았음)하고 애를 만든 것까지야 뭐.. 쌍방의 승낙이 있었다면 급할 수도 있지, 할 수 있는데요.

그 직후 고고학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나츠미와 아이들을 내버려둔 채 이집트로 갑니다.
그리고 18년간 연락없음. 양육비따위도 일체 없음. 집안에도 연락없음.


........뭐 이런 쌈싸먹을 놈이 다 있냐!!!!!!

아니 그렇게 고고학이 좋으면 결혼을 말던가, 아니 그 전에 갈 때는 가더라도 집안의 허락을 받든가, 결국 아내도 아이들도 내팽쳐져놔서 아내가 아이와 생이별하고 집에서 쫓겨나 혼자 일해서 아들키우는 사태가 될 때까지 이집트에서 헬렐레 하고 먹고 살았다면 다랩니까? 별로 인디아나 존스도 아니잖아, 누가 돌아오래요? 연락이라도 재대로 하던가, 그게 한 집의 가장이 할 짓이냐!!!

처음 오프닝을 보고 저는 강하게 결심했습니다.
애들 친아빠든 뭐든 알게뭐냐, 나는 네놈에게 나츠미를 넘겨주지 않겠다, 멍청한 놈!!!
(※어쩐지 마음은 여주인공이 아니라 여주인공의 친정엄마)

비단 저만 이런 것도 아닌지 물건너 뒤지면서 나온 감상은 거의다 이렇더군요.(웃음)


3. 아들, 아들, 오오오오 마이 선샤인. 내 모든 것. ..모든 것?
저는 먼저 후우토 계열로 시작했는데요, 유년시절의 후우토 목소리는 노나카 아이씨입니다. 그 노나카 아이씨입니다. 중요하니 한번 더 말하겠습니다, 노나카 아이씨입니다. 후우라 카후카를 생각하면 좀 두려워집니다만(...) 어쨌든 귀엽고 깜찍한 목소리의 노나카 아이씨가, 그것도 한껏 올라간 소녀 톤이 아닌 어린 남자아이 톤입니다. 쿠기밍의 타이키역같은 거죠. 인기절정의 하이톤 여성우의 소년아역톤은 여성팬들의 가슴에 꽂히더라 하는 이야기.

어쨌든 그 목소리로, 후우토가, 이제 막 갓난아기를 벗어난 아이가,

"시러... 유치원... 가기 시러.. 마마랑..마마랑 있을래....(울먹) 으아아앙---!!"

뭐냐 이 이쁜 아이는. 뭐냐 이 천사는. 뭐냐 이 내 새끼는.
무심코 화면너머의 아이를 끌어안아주고 싶어지는 깜찍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들내미를 저는 열심히 길렀습니다. 똑똑하고 예쁜 애가 되어라! 사랑받고 자라라! 너는 언제나 마마 폴인러브 상태가 되어라!

하지만 공략캐릭터의 정보를 알면서 저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제가 만나고 싶은 상대는 키라 요시노부(cv.카미야 히로시). 키라를 공략하기 위해서 아들은 아마엔보, 즉 어리광쟁이 계(cv. 시모와다 히로키)로 성장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시모와다 히로키씨의 목소리는 나름 좋아합니다. 좋아합니다만.

............내 천사같은 아들내미(16세)가 유행하는 옷 사 입고 싶다고 돈없는 엄마에게 용돈달라고 어리광피운단 말이냐.





...내 아들은 이렇지 않아-!!!!




4. 육성과 공략
그리하여 게임 전반적인 감상. 전체적으로 이벤트도 스틸컷도 화려하고 유쾌하고 흡입력이 강해서 하면 할 수록 즐겁습니다. 다만 공략캐릭터와 육성시뮬레이션이 서로 상충되다보니까, 아무래도 시선이 분산되어버립니다.

보통의 연애시뮬레이션이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공략캐릭터를 노리면 됩니다. 좋아하는 취향을 찾는다던가, 사막에서 동반한다던가, 주말마다 방문한다든가. 하지만 이 게임의 주 목적은 어디까지나 아들이기때문에 아들이 대충 자라는 15세 언저리까지는 거의 연애 이벤트를 배제하고 아들에 관한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아들의 성격이벤트, 아들의 학창시절, 아들의 친구. 따라서 연애시뮬이라고 하기에는 공략캐릭터를 접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곁다리라는 느낌입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육성이라면? 육성이라면 어디까지나 키우는 대상에게 신경을 집중하면 됩니다. 딸의 연애를 신경쓰든지 알바를 보내든지 친구를 사귀게 한다든지. 그런 점에서 아들육성광소곡의 육성 시스템은 굉장히 간단해서 맵이벤트로 모을 수 있는 카드 혹은 육성 카드를 사용해 계절마다 한번씩 아이의 스탯을 올려주는 게 끝입니다. 그외에 일어나는 이벤트는 스탯에 따라 일어나는 강제 이벤트 혹은 훈육 이벤트정도로 육성시뮬레이션치고는 플레이어의 자유도가 낮은 편입니다. 아이의 자라는 환경을 보여준다는 부분은 각종 이벤트가 충실하게 채워주니 별 불만은 없지만, 후반으로 가면 공략캐릭터가 나타나며 아무래도 아이보다는 연애대상에 힘을 쏟게되고 단순히 아들은 키운다는 게 아니라 '공략캐릭터와 만날 수 있는 수치상승', 즉 아이의 스탯에 집중하게 되버립니다.

저는 초반에는 아들아들!아들아들!을 외치면서 공략했는데 초반에 올려놓은 수치 선택을 실수하는 바람에 말에는 정엔딩(미용사)를 보기 위해 바쁘게 휘몰아치다보니 아들아들! 하는 애정보다는 수치수치수치!!를 외치게 되더군요. 어차피 스탯이야 부차적인 요소고 있든 없든 아들들의 이벤트는 계속 발생합니다만 다른 떡이 동시에 있고 보니 마음편히 집중하기가 어려웠단 말이지요..

가령 연애 이벤트가 줄줄히 터지는 후반부 말고도 엔딩부분에서 나츠미가 캐릭터를 선택하고 시도우 가로 오자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은 나츠미에게 공략 캐릭터가 나타나 위로해줍니다. 키라는 키스를 하려던 건지 그보다 더한 걸 하려는 거였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시도우 집안, 나츠미의 친가집에서 공략캐릭터와 러브러브하고 있는 상태가 되어버린단 말입니다?;; 그 집 손자들의 어머니인데?; 그집 아들의 아내였는데?;;; 이런 부분이 좀 상충된다고 할지, 연애이벤트와 육성이벤트가 섞여버려서 아까웠던 느낌이네요.

5. 키라 요시노부
그래도 아쉬운 것과는 별개로 게임 자체는 엄청나게 즐거웠습니다. 인터페이스가 귀여운 것도 있었고 공략대상의 별난 캐릭터성^^;같은 것도 한몫해서 푹 빠져서 플레이했어요. 특히 아름답지 못한 것은 곧 죄라며 화를 버럭버럭내는 키라님은 여러가지 의미로 죄다 최고. 연애 이벤트는 짧았지만 키라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애초에 그런 방면에 면역이 제로인지라 저 분이 좀만 살벌한 대사를 치면 저는 손발을 오그러트리느라 정신이 없었던 상태..orz ("내 손으로 느끼고 있나?"라던가. 샴푸할 때마다 그 대사를 치는 건 아니죠? 아니죠?;;)

정엔딩(미용사-퍼펙트) 외에서는 후일담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었는데 키라의 머리를 잘라주는 아들이라는 엔딩은 나이스였다고 생각합니다. 나츠미에 대한 독점욕을 불태우는 아버지와 아들이라니 정말 귀여웠어요! 


Posted by 네츠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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