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새끼, 쌍놈새끼, 개새끼."
노래하는 듯한 어조로 뽑은 단어가 기대를 벗어나도 너무 한참 벗어난 탓에 라일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상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로도 부족한지 손가락을 꼽아가며 뭐라뭐라 말을 덧붙이던 할렐루야는 눈을 가늘게 휘며 빈정대듯 웃었다. 숨이 턱 막힌 라일의 모습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더 설명해줘?"
"...대체 왜?"
반론이라고 간신히 내뱉은 말은 그 것이 전부였다. 할렐루야는 잡아먹을 듯이 눈을 빛냈다. 한순간 움츠러들었지만 라일은 애써 기운 내 어깨를 폈다. 그러나 기운쓴 보람도 없이 숨을 한번 들이쉬고 고개를 들었을 때 라일은 다시 숨이 멈추는 기분을 맛봤다. 코앞에서 금빛 눈동자가 빛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듯이 흉흉하게. 저도 모르게 몸을 빼려는 순간에 할렐루야의 손이 우악스럽게 뒷머리칼을 잡아챘다. 볼썽사나운 소리를 내며 라일의 몸이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할렐루야는 그대로 손목을 누르며 위에 올라탔다. 라일의 눈이 고통과 당황으로 흐려졌다. 그 위를 짓누를 듯이 고개를 숙인 채, 할렐루야가 이를 갈며 웃었다.
"-아프지?"
"..놔."
"더럽게 싫지? 원하지도 않았는데 짓눌리고 굴복하는 것."
"놓으라고!"
"그 잘나빠진 새끼가 한 짓이 딱 이거였어."
"그럴 리가 없어. 그 사람은..!"
불안으로 몸이 움츠러드는 와중에도 라일은 생각하기도 전에 반박부터 토해냈다. 그와 동시에 라일은 말한 것을 후회했다. 이럴 때의 할렐루야를 자극해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왜. 엄습해올 폭력을 대비해 라일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병신, 너도 그 새끼한테 홀렸다니까."
예상 밖으로 할렐루야는 화를 내지 않았다. 다소 가라앉은 어조로 빈정대는 목소리에는 자조가 배어있었다. 라일은 저도 모르게 할렐루야를 올려다보았다. 혀끝을 찬 그는 쓴 맛이 배인 눈으로 한번 웃고는 라일의 손목을 움켜쥔 손에서 힘을 뺐다. 자신 위에 올라타있던 흉폭한 짐승이 그 손을 거두어들이는 것을 느끼며 라일은 천천히 상반신을 일으켰다. 할렐루야는 그 곁에 털썩 주저앉아 아무렇게나 말하는 듯 가벼운 어투로 말했다.
"알렐루야 자식은 지금도 그 놈은 좋은 놈이었다고 입에 달고 살아. 꼬마놈이랑 계집애같은 녀석은 말 할 것도 없고. 아, 너도 그렇지."
"..할렐루야. 하지만.."
"다들 미련이 철철 넘치는 낯짝을 하고 그 새끼를 불러. 온갖 수식어는 다 달아가면서. -근데 그 새끼는 갔다구. 남이 지를 부르건 말건."
"할렐루야."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할렐루야가 라일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여전히 무섭도록 예리한 시선이었지만 아까와 같은 흉폭함은 없었다. 불안한 눈으로 자신을 보는 라일을 향해 할렐루야는 덧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게 좋은 새끼냐? 개새끼지."
"..형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
"어련하시겠어, 잘난 록온의 동생씩이나 되는 분이."
"..."
시선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더듬더듬 내뱉은 말에 차가운 조소가 돌아왔다. 빈정대는 어조에 라일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신이 모르는 형이 어땠는지에 대해 물어봤을 뿐인데 어째서 이런 지독한 결과가 돌아온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는 거침없이 폭언을 쏟아부었다. 시정잡배들이 쓰는 불쾌한 말투만이라면 그냥 웃으며 넘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말은 예리한 가시처럼 심장을 후벼파는 종류의 것으로만 이뤄져있었다. 지금 이 순간처럼. 할렐루야는 손을 뻗어 라일의 목덜미에 팔을 감았다.
"그렇게 짜증나는 얼굴 하지마, 나는 네놈쪽이 백만배는 마음에 드니까."
"..무슨 뜻이야?"
"능구렁이보다는 새끼여우가 낫다고. 몰라?"
"..."
라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 그 모습을 보며 할렐루야는 목으로만 웃었다. 이어 목에 두른 팔에 힘을 주자 라일은 저항도 하지 못하고할렐루야의 품속으로 풀썩 쓰러졌다. 항의할 틈도 주지 않고 할렐루야는 여전히 장난이라도 치는 듯한 손길로 흐트러진 고수머리 사이로 드러난 하얀 목덜미를 살살 더듬었다. 라일은 스미는 신음을 참느라 입술을 깨물었다. 그 모습을 재미있다는 듯 쳐다보며, 할렐루야는 고개를 숙여 라일의 귀에 입술을 갖다댔다.
"그니까, 너는 그런 개새끼 닮지마."
"..!"
할렐루야는 난폭한 단어들을 밀어라도 되는 듯 다정하게 속삭였다. 라일은 반박하지도 못하고 부르르 몸을 떨었다. 먹이를 정복한 짐승같은 미소를 짓고, 할렐루야는 맛보기라도 하는 듯이 흰 이로 귀를 깨물었다.
지독하게 미운 자식을 꼭 빼닮은 새끼여우는 뭐라 말할 듯이 입을 벌렸다가 몇마디 신음만을 뱉어놓고는,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fin.
본격 DV커플. 농담이구요(..) 할렐루야->닐을 쓰다가 급선회를 탔는데 어째 강해졌네요. CB 내에서 록온을 미워할 수 있는 사람은 할렐루야밖에 없을 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