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색으로 우울하게 가라앉은 영화관으로 오빠와 여동생과 함께 들어갔다. 어둑어둑한 색조가 좋다고 생각했다. 팜플렛이 놓인 가판대의 덩치좋은 아저씨는 왠지 싱글벙글 웃고 있다. '안쪽으로 들어가서 받으면 돼.'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 상영관의 입구까지 갔지만 팜플렛을 보이지 않는다. '안쪽에 있다면서요.''손님, 가판대라니 무슨 말씀이시죠?'이야기가 통하지 않는 반응에 약간 울컥한 기분에 돌아가서 달려나갔다. 6층에서 5층으로 내려갔다. 가판대는 텅 비어있다. 어라? 고개를 갸웃하다가 문득 깨닫는다. 싱글벙글 웃고 있던 양복 차림의 남자는 허리 아래가 없었다.

 

'여기는 야시夜市야. 인간들이 사고 팔 수 없는 걸 팔고 있다고.'

 

속삭이는 듯, 비웃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뭐지, 뭐지. 당황해서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변함없이 오락기들이 즐비해있고 사람들이 매달려있다. 동전대신 쌓여있는 손가락. 시체 냄새. 뭐지,뭐지. 당황하는 사이 오빠가 다가와서 잡아챈다. 몸이 부서져라 힘껏 달렸다. 건물 바깥에는 거대한 구멍이 파여있었다. 나선형의 긴 길을 따라서 구멍 안쪽으로 내려간다. 미친듯이 질주했다. 잡히면 안돼, 이제 곧 이 곳이 닫힐 시간이야. 달려,달려,달려,달려..!!!

 

벗어났다. 적어도 건물에서는. 달려내려오는 사이 저쪽과 이쪽을 잇는 길이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이승과 저승의 중간쯤되는 장소에서 멈추어버린 우리 오누이는 작은 통나무 집에 몸을 맡겼다. 거기에는 눈치없고 지저분한 여자아이 하나도 있다. 귀찮고 성가시다. 여동생을 돌보는 것으로도 벅찬데. 찾아온 것은 요괴. 아니 귀신. 괴물. '나가고 싶어? 우리 거래를 하지 않겠어?' 오빠는 거래에 응한다. 그는 오빠의 '몸'을 사버렸다. 대가로 준 것은 자신의, 철근에 꿰뚫려 움직이지 못하는 몸. 이런 계약이 아니었잖아? 흥,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비웃는 요괴를 등뒤에서 보다가 오빠의 몸에 칼을 찔러넣는다. 비명을 지르는 요괴. '다시한번 거래를 하지 그래?' 요괴는 자신과 오빠의 몸을 다시 바꾼다. 죽어가는 두 개의 몸이 버르적거리면서 전쟁을 벌인다. 팔이 잘려나가고 능역이 옮겨지고, 요괴와 오빠의 몸은 점점 더 서로 섞여들어가고, 나는 그럴 때마다 멀쩡하지 않은 것들이 모이는 쪽에 칼을, 가시를, 바늘을 찔러넣는다. 요괴는 결과적으로 졌다. 요괴와 자신의 몸이 절반쯤 합성된 상태로 오빠는 일어섰고, 요괴는 망가진 몸 속에서 죽어갔다. '나는 저 쪽으로 갈게. 더 이상 이 곳에는 있을 수 없으니까.' 요괴의 비늘이 달린 무너진 몸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무너진 나선의 길도 저 몸이라면 올라갈 수 있겠지. 울면서 오빠를 포옹했다. 다치지 않도록 조심조심 나와 여동생을 안아주었다.

 

 죽어있는 요괴를 주워다가 끓였다. 스튜를 만들듯이. 비늘을 벗겨내면서 붙어있지 않은, 오빠의 일부였던 부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더러운 여자아이가 눈치를 살피며 물어온다. 나도 먹어도 돼? 때려주고 싶지만, 그 아이의 몸은 가시와 바늘에 찔린 상처로 엉망진창이다.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아이는 바늘이 두 세개씩 꽂혀 피에 젖은 손가락으로 비늘이 붙은 고기를 집어든다.

나는 멍하니, 여동생과 여자아이가 음식을 비워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Posted by 네츠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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