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여행을 떠났다.어린 소녀는 사랑하는 부모님 사이에 앉아 마냥 익숙하지 만은 않은 친척들을 본다. 어딘가 냉랭한 눈의 큰 어머니. 불안해보이는 큰 아버지. 사촌언니들. 작은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작은 엄마.

 큰 어머니는 팔에 백금팔찌를 끼고 있다. 동그란 링에 끼워넣듯한 자잘한 다이아몬드링이 박혀있는 디자인. 소녀는 저도 모르게 예쁘구나, 하고 중얼거렸다. 만족스러운 듯 큰 어머니가 미소를 짓는다. 안아줄 듯 뻗은 손에 소녀가 다가가자, 어머니는 뒤에서 저도 모르게 딸아이를 붙잡는다. 의아한듯 돌아보는 아이에게 아무 말도 못하는 어머니를 보고 소녀는 어머니를 껴안는다.

 도착한 여행지에서 한 남자가 방을 찾아온다. 큰아버지가 쩔쩔매며 그를 방안으로 들인다. 소녀에게 두 사람의 관계는 알 수 없다. 큰아버지가 당황해하는 것을 돌아보지 않고 방안으로 들어온 남자는 곧장 큰어머니쪽을 향한다. 뭐라고 쏟아지는 말을 큰어머니는 차갑게 웃으며 잘라낸다. 남자가 큰어머니에게 팔찌를 건넨다. 방금것과 비슷한 팔찌. 동그란 다이아몬드가 은색 위에 연달아박혀있다. 소녀에게는 그 것도 똑같이 예쁘게 보였다. 큰어머니는 남자에게 뭐라고 쏘아붙인다. 입술을 깨문 남자가 고개를 돌리자 큰아버지가 당황해서 그를 부축한다. 남자는 큰아버지를 쳐내고, 독기어린 눈으로 무언가 쏟아붙인다. '저 여자가, 너라고해서 버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마'. 소녀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남자가 떠나고, 소녀가 큰어머니에게 다가갔다. 소녀의 물음에 웃으며 고개를 저은 큰어머니는 남자가 남기고간 팔찌를 손안에서 부순다. 돌아서는 소녀의 뒤에서, 큰아버지의 얼굴에는 그 어느때보다도 깊은 절망이 있었다.

 다음 날, 혹은 그 다음날. 큰아버지가 큰어머니를 껴안고 창가로 다가선다. 새된 여인의 비명이 울린다. 손톱이 뺨을 할퀴고 지나갔다. 피를 흘리는 옆모습이 우는 것같았다. '내 팔찌도 언젠가 그 것처럼 부서질지 몰라, 엘리.' 상냥한 목소리. 슬픈 감정. 두 사람의 모습이 하나로 겹쳐지고, 사라진다. 미친듯한 여자의 비명이 울려퍼진다. 큰아버지는 마지막까지 말이 없다.

 

  그 후에 일어난 모든 일은 마치 미친 광기의 한장면같았다. 큰아버지가 사라진 이후 이 지역에는 기묘한 패쇄성과 광기만이 남았다. 엄습하는 공포. 멍한 눈의 할머니가 목을 매달고, 그 옆에서 할아버지가 손목을 그었다. 울부짖던 작은 아버지가 체념한 듯 웃기 시작한 작은어머니를 끌어안았다. 모든 것이 붕괴되듯 사람들이 울음을 터트리고 발광했다. 그제서야 소녀는 자신이 온 것이 여행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고립된 지역. 소녀는 자신은 이 곳에서 나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린아이의 걸음으로는 나갈 수없는 지역. 부모님은 어느 샌가 보이지 않는다. 광기 속에서 소녀만이 홀로 두려워하고 있었다. 작은 아버지와 작은 어머니가 나란히 서로를 껴안은 채 물 속을 헤엄쳐나갔다. 그 둘은 돌아오지 않을 거라며 웃었다. 돌아올 수 없을만큼 멀어진 곳에서 두 사람은 죽을 것이다. 맨발의 소녀는 가야할 곳을 몰랐다. 사촌언니들이 가야할 곳을 의논한다. 소녀는 끼워주지 않는다. 어찌할바를 모르고 그녀들을 따라 걸었다. 어느 샌가 눈앞에는 차가 와있었다. 죽은줄 알았던 사람들이 타라고 손짓한다. 기뻐하며 타는 사촌들 뒤에서, 소녀는 뒷자석에 앉은 할아버지의 손목이 깊게 갈라져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왜 타지 않지? 바보같은 애.'비웃는 사람들이 떠난다. 소녀는 어찌할바를 모르고 남겨졌다.

 

 새로운 차가 왔다. 타고 있는 것은 부모님. 소녀는 울것같은 얼굴로 뒷자석의 어머니를 껴안는다. 사랑한다고 속삭이며 어머니는 몇번이나 딸아이에게 뺨을 부빈다. 단정하던 어머니의 얼굴이 이상하게 흐트러져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리 아가. 너는 한시간만 있으면 다시 죽을 거란다. ..아가. 우리는 이미 죽었어.'

울음을 터트린 어머니의 말에 소녀는 이 사태들을 깨닫는다. 아아. 여행을 떠난 적따위는 없었다. 피가 이어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다들, 다들 죽었던 사람이었던 거다. 우연히 함께했을 뿐인 모르는 사람들. 누군가는 사랑을 비관하며 자살했고 누군가는 치매에 걸려 죽었고 누군가는 사고였고 누군가는 파산으로 인한 자살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자신은 아마 이 차와 함께 죽었으리라. 한시간 후면 이 차는 사고지역에 도달할 거고, 그러면 소녀는 다시 죽으리라.

'여보,시간이 얼마없어.''알고있어요.그래도제발,제발조금이라도천천히몰아요.아가,아가,사랑해.'

 소녀는 자신의 얼굴이 어떨지 생각해보았다. 사고의 흔적이 남아있을까. 그러고보면 부모님의 모습도 흐릿하게보인다는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녀는 거울을 찾는대신 부모님을 끌어안았다.

 

2. 쿠키 몬스터의 모형이 서 있는 곳에 어머니와 쌍둥이 형제가 도착한다. 기계에는 '안에 들어가서 버튼을 당겨보세요'라는 선전문구와 함께 동전을 넣게 되어있다. 먼저들어가겠다는 쌍둥이를 보다못해 어머니가 먼저들어가기로 한다. 몸을 집어넣고 머리만 내민채 웃는 어머니를 보고 쌍둥이들은 웃었다. 버튼을 당기자, 어머니의 비명이 터진다. 기계가 멈추고 밖으로 나온 어머니의 모습은 팔과 다리가 반대로 붙어있었다. 어머니는 당황하며 넘어진다. 모형같았던 쿠키 몬스터가 낄낄 웃음을 터트린다. '뭐야이거!!' '어머니를돌려줘!!' '너희들의 어머니는 그대로 있어. 동전을 넣으라고만했지, 어떻게 된다고는 안했잖아?' '돌려줘, 돌려달라구!!' 덤벼드는 쌍둥이에게 당황한 얼굴을한 쿠키몬스터는 손을 내젓는다. '알았어, 알았다구. 이 순서대로 버튼을 눌러봐.' 쿠키몬스터가 부른 순서대로 어머니는 기계안에서 버튼을 누른다. 이번에는 관절이 반대로 되어버렸다. '무슨짓이야!!' '아하하하!! 누르라고했지, 나아진다고는 안했잖아?!' 웃음을 터트리느 쿠키 몬스터의 앞에서 아이들은 울며 주먹을 휘두른다. 싸움이 오간다.'왜 그렇게 집착하는거지?''엄마란말이야. 소중하단말이야..' 한참이나 지나서 쿠키몬스터는 말한다. '돌려놓는 방법은 내 뱃속에 들어있어. ..젠장. 말하면 안되는데. ..배를 갈라서 가져가.' 쌍둥이는 쿠키몬스터의 배에 달라붙는다. 그리고 그 들은 넋을 잃는다. 이어붙은 자국이있는 살갗에는 무참하게 잘렸던 흔적이 선명하다.

 '.......역시, 그만둘게.''왜? 어머니잖아, 소중하다며.''..낫게하는 방법은 반드시 찾을거야. ..하지만.. 하지만...' 기계쪽으로 가는 쌍둥이를 보며 쿠키몬스터는툭중얼거린다.'바보아니야.' 그는 화면을 바라본다.

 '그러한 이유로 나는 저 바보들에게 방법을 가르쳐줄 수 없어. 그러니까, 보는 사람중에서 아는 사람이 있다면 전해주지그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방송은 다음 협찬이야.'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리는 몬스터의 뒤로 로고가 뜬다. 로고는 버튼의 순서배열로 되어있다.


Posted by 네츠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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