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낡은 벽지. 구멍난 틈으로, 계속해서 피가 새어나온다. 그리고 이윽고 그 피를 흘리는 사람이 그 구멍으로부터 기어나올 것이라는 걸 안다. 무섭지는 않다. 그저 난감할 뿐.
피를 흘리는 사람은 피범벅이 된 여자아이다.

2. 학교. 친구와 함께 학술회같은 것을 들으러가는 길에, 나는 친구의 머리 위에 낫을 치켜들고 서 있는 사신의 그림자를 발견한다. 불안한 기분. 친구에게 괜찮냐고 물어보자 친구는 배가 조금 아플 뿐이라고 했다. 건물을 빠져나가 고등학교 본관까지 간다. 넓은 곳이라 가기는 힘들지만, 친구의 손을 꼭 잡고.
본관에 도착했을 때, 많은 사람이 모여있었다. 살인사건이 일어났다고 했다. 죽은 것은 우리 또래의 여고생. 화장실에서는 대역을 맡은 사람이 그 여고생이 죽었던 것과 같은 포즈로 누워있다. 못 본 척 지나가자 현관에는 우글우글 사람들이 모여있다.
살해당한 건 한 명이 아닌가보다. 피에 젖은 천조각들이 찢겨져 나가 놓여있고, 경찰은 사진을 찍고 있다. 많은 사람이 둘러싸고 있는 것이 시체인 줄 알았지만, 그 자리에는 여섯개정도의 긁힌 듯한 붉은 자국이 남아있을 뿐이다. 그 것도 피다.
간신히 양호실과 상담실을 겸하고 있는 장소에 도착해서 친구는 간단히 치료를 받고 상담을 받는다
Posted by 네츠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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