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 가장 높은 곳. 오롯히 태양빛만이 쏟아져내리는 장소. 신의 땅. 아름다운 곳이었기에 그 곳에서 내려다보는 하얀 구름들 아래에도 빛이 가득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신의 땅에 생긴 계단으로 내려간 지상은.
물이 가득한 그 곳을 우리들은 필사적으로 헤엄쳤다. 어둠의 섬. 우리중 가장 연장자였던 자는 우리가 내린 장소를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그렇게 불렀다. 우리는 그 어두운 섬에서 벗어나 다른 땅으로 가기위해 물로 가득한 땅을 필사적으로 헤치고 나갔다.
나는 어째서 그렇게 어리 석었던 걸까. 일행중 가장 어렸던 나는 아무 생각도 없이 그 어둠의 섬에서 한 개의 돌을 주운채로 그 땅을 떠나고 말았다. 진청빛, 신비로운 색의 블루. 무섭도록 진하고 아름다운 색의, 아크리파, 라피스라즐리. 영원의 영혼. 암흑의 조각.
그 이후 벌어진 참사- 나의 라피스라즐리는 날마다 성장했고 우리들이 도착한 땅- 모래빛의 대지역시 조금씩 어둠에 물들어갔다. 하지만 나는 라피스라즐리를 버릴 수 없었다. 나의 소년, 나의 소녀. 의지를 지닌 그 돌은 구체화되어가면서 더더욱 나를 사랑했다. 나를 아꼈다. 주변을 어둠으로 물들이고 세계의 의지를 휘저어놓으면서도 라피스라즐리는 순수한 진청색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테이.테이-'나를 부르는 목소리. 내 아름다운, 불쌍한 어둠. 그녀를, 그를 껴안고 울었다. 라피스라즐리도 울었다. 하지만 그이는 어둠의 일부였고 의지를 가진 순간부터 그녀의 모태인 그 땅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는 깨어나버린 채 영원을 살던가, 아니면 죽어야했다. 죽어-? 나의 라피스라즐리가? 그럴바에는 차라리 이 대지, 그리고 천공 신의 땅마저도 어둠이 되어 혼돈으로 돌아가는 게 나아. 하지만 그녀는 나를 위해내 울음을 거절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섬으로 돌아가지도 않았고 목숨을 잃지도 않았다. 그녀는 만년설의 어둠속으로 스며들어갔다. 그리고 천 일이 지나, 나는 그 아득한 만년설 속에서 얼어붙은 라피스라즐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진청색의 얼음동상. 꽁꽁 얼어붙은 그녀는 나를 보고 잠깐 미소지은듯했다. 그리고 내 손이 그녀에게 닿자, 라피스라즐리- 내 소중한 그 아이는 스르륵, 처음 내가 집어들었을 때와 같은 진청색 어둠의 조각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그 아이와 함께 있어요. 내 목에 걸린 보석이 그 것입니다."
투명한 유리같은 것에 감싸여 진청색 돌이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유리를 관통한 하나의 끈. 그 것을 목에 건채, 소중한 듯 그 돌을 감싸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