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할렐루야? 잘 부탁해’
웃으면서 내미는 손을 붙잡아 악수를 나누었다. 치켜올라간 입꼬리 뒤에 그 사람좋아보이는 자식에 대한 경멸이 담겨있었다는 것을 그 놈은 몰랐을 것이다. 붙잡은 히멀건한 손을 꺾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누르느라 애먹고 있었다는 것도.
정말 쓸데 없이 잘 웃는 놈이었다. 알렐루야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웃으며 말을 건네는 놈을 볼 때마다 속에서 울컥울컥 치밀어오르는 것을 참느라 애먹었다. 잘 웃는 놈이다. 젠장할, 그럼 뭐해. 저 새끼가 저 미소 뒤에 뭘 품고 있을지 알게 뭐냐? 얼빠진 반신은 그 자식을 한번 의심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홀랑 벗겨져 먹힐 거라고 쏘아줘도 알렐루야는 도무지 말을 들어먹질 않았다. 저런 사람처럼 될 수 있으면 좋겠다, 하고 헤벌레한 얼굴로 알렐루야가 중얼거렸을 때는 진심으로 한 대 갈겨주려다가 말았다. 같은 몸만 아니었어도 뼈가 눅신하도록 패주는 건데.
알렐루야. 넌 저딴 개새끼가 좋냐?
사랑에 빠진 놈은 뭐라 지껄이든든 필터링한다는 걸 몸서리치도록 뼈저리게 깨달았다. 훤히 다보이는 부분을 보지 못하고 넘어가고 있는 둔한 병신을 보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개처럼 졸졸 따라다니고 어린애처럼 들뜨고. 넌 뭐하는 새끼냐, 테러리스트 한다며.
알렐루야, 알렐루야. 피하라고. 이 병신아.
얼굴 가득 동경이나 존경같은 걸 품고서 록온 스트라토스라는 놈을 올려다보는 반신을 뒤에서 바라보며 차마 말리지도 못하고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저 놈이 보고 있는 건 허상이다. 저 자식이 어디서 어떻게 굴러먹다 온 놈인지, 뭐하는 새끼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저자식의 웃음이 믿고 맡겨도 좋은 놈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록온이라는 놈을 노려보았다. 청록색 눈동자 한가득 미소를 담고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에 알렐루야라 헤벌죽 하고 있을 동안 그 눈 뒤에 있는 것을 읽었다. 그래 웃음팔고 싸구려로 네 놈의 감정을 팔아넘기면서 네 놈 자식은 결국 본심은 하나도 안 흘리고 그 뒤편에 꾹꾹 눌러담아두고 있겠지. 내 병신같은 반쪽이 네 놈의 잘난 미소에 홀려서 만신창이가 되는 꼴을 내가 보고 있어야겠냐? 개자식.
네 놈은 알렐루야를 소중히 해줄 생각이 없잖아, 제발 어디가서 안보이는 데서 뒤져버려라.
저주는 하루하루 심해지고, 그 자식을 향한 혐오도 하루하루 짙어졌다.
그러니까 그 오렌지 공같은 놈이 그 놈의 이름만 죽어라 불러대며 울기 시작했을 때도, 당황하지 않았던 건 그 집단에서 유일하게 나 하나였을 것이다.
그 자식, 결국 그렇게 저 자신은 하나도 안 드러내놓더니 고스란히 품고 가셨구만. 개새끼, 안보이는 데서 뒤지라니까. 충격에 질려 울지도 못하고 있는 반신의 곁에 붙어앉아서 그 개같은 새끼가 없어진 우주의 하늘을 향해서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보였다.
저 미친 새끼가 뒈져서 가버릴 다른 세상에서는 그런 짓 안하고 살기를.
또 그런 짓 하다가 나랑 마주치면 아스팔트에 그 잘나빠진 면상 갈아주는 수가 있어. 추모 대신으로 던진 욕설은 거칠어서, 입 속에서 쓰디쓴 모래알처럼 구르며 까슬까슬하게 씹혔다.
fin.
28. 違う、空の下で (다른, 하늘 아래에서) / Rainbow
할렐루야->록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