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구마 타로씨의 건담 더블오 -푸른 기억-. 기동전사 건담 더블오의 코믹스 축약판. 축약판이구나 싶어서 그냥 술술 읽고 내러벼두고 있었는데 오늘 새삼 읽고서 만화의 티에리아와 애니의 티에리아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그 나드레 개방신이요.


뭐랄까 제 안에서 1기 티에리아는 성격 깐깐하고 서툰 부분만 빼면 별로 흔들릴 일이 없는 애였습니다. 목표는 전쟁근절, 위치는 건담 마이스터, 행동규칙은 베다의 원칙에 따라서. 계획의 부품으로서 자기를 잘라내는 애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건담 마이스터는 생사보다도 작전수행을 우선시한다'라는 대사만봐도 그렇잖아요. 그런데 이 시구마 타로씨가 채워넣은 여백을 포함한 티에리아는... 인간답습니다. 엄청나게요.
물론 초반에는 별로 다를 것 없이 오만한(웃음) 티에리아에요. 그런데 문제의 그 나드레 개방신에서, 이 우월하고 우월하신 분은 처음으로 궁지에 몰리고, '필사적으로' 저항합니다. 그리고 붙잡혀요.

[이 중무장 타입은! 티에렌 6기의 추진형을 넘어선다는 말인가?!]
[소위! 목이든 팔이든 상관없다, 뺏어와라!!]
[라져!!]

"GN 소드..! 읏, 전개가..!"

-베다!
- 어떻게 하면 좋아?

-...베다!!

아..아.. 온다..
.....당하고 말아(やられる)!!




저 '어떻게하면 좋아?'의 얼굴은 어딜 어떻게봐도 어머니가 옆에 없는 어린애입니다. 당황한데다 무서워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와요. 여기에 추가로 그 후 에피소드에서,




"미안해. ..하지만 인간인걸. 한두번의 실패는 있는 법이야."
'..<인간>.'
"그런 식으로 넘길 수는 없습니다! 계획에 얼마나 큰 지장이 생겼다고..!"

(생략)

베다의 계획은 절대적이다
왜 망설였지?
  ..왜 배신했지?!

<나드레를 적에게 드러낸 것은 너잖아?>


"인정하지 않아!! 이런 실패는!!"
 - 이런 "자신"은!!!

......베다...!




여기서 티에리아 쓰러져서 울고 있습니다. ..........일단 잠시 기절하고.
 티에리아에게는 나드레 개방이 단순한 계획의 실패가 아니었습니다. 단순히 계획이 일그러졌다고 운게 아니라 자기가 계획을 일그러트린 인간이 된 사실에 절망했던 거에요. 본인 말마따나 '배신'이었던 거죠. 이 시점에서 티에리아는 '건담 마이스터'라는 자기자신의 완전성을 이미 잃고 있었던 겁니다. "나는 불완전하다."라고.

왕류밍이 괜히 울부짖는 마이스터들에게 '왜이리도 불완전하지요?'대사를 날린 게 아니었구나 싶으니 머리에 망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스스로 완벽한 건담 마이스터로, 계획 수행자로 보고 있던 티에리아에게는 당연히 배신이고 충격이었겠죠. 자기가 계획수행보다도 다른 어떤 것-아마도 본인의 목숨-을 중요시했다는 게. 고 건방진 말투라든가 록온이며 스메라기에게 바락바락 대들었던 것도 록온 말마따나 '화풀이'. 그 것도 자기의 나약한 부분을 인정하지 않기 위한 화풀이죠. 단순히 완벽주의자의 화풀이가 아니라 '티에리아 아데'가 바뀌고마는 시점에서의 저항이었구나 싶었습니다. 


.......어, 그리고 록온은 그걸 전부 꿰뚫어보고 있었고요....? (식은땀)

티에리아가 19화에서 세츠나와 록온을 보면서 인간을 보고 웃었던 건 그냥 단순히 이 애가 그 두 사람을 보고 인간을 갑자기 알았던 게 아니라, 나드레 개방 이후에 줄곧 생각했던 배신자인- 인간인 자신이, 자기안의 인정할 수 없는 자신이 썩 그리 나쁘지만도 않다는 걸 깨닫게 된 순간이었던 겁니다. 여기에 이 21화에서 베다에게 버림받는 것으로 티에리아는 완벽한 건담 마이스터에서, 이노베이드에서 영원히 결별했죠. 거기서 절망하는 이 애를 건져준 것도 당연히 록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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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이쯤되니 답이 없다 싶어졌습니다. 록횽은 어디까지 알고 있던 겁니까 대체...orz

Posted by 네츠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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