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트 쓰기 싫어서 도피하는 끝에 짧게 또 하나.
지상에서 죽은 인간은 박테리아와 미생물에 분해되어 사라진다. 피부, 눈, 손가락, 입술, 한 때 사람으로서의 몸을 구성하고 있었던 것들은 단백질이나 지방같은 세포단위로 잘려나가 결국 녹아 사라진다. 죽어버린 인간의 몸은 다시금 세상을 채우는 영양소가 된다. 익히 알고 있는 지식이었다. 온통 붉은 공간 속에서 그 '인간'에 대한 지식을 주워올리며 자신은 아마 이렇게 죽지는 못할 거라고 무심히 생각했던 것을 지금도 떠올릴 수 있었다. 우주공간에서 인체는 썩지 않는다. 검은 별의 바다 속을 떠돌아다니는 시체를 머리 속에 그려보았을 때도 놀랄 만큼 아무 느낌이 들지 않았다. 죽은 시체는 이미 자신이 아니다. 분해되어 사라지건 조각난 채 남아있건 아무 의미도 없었다. 다만 그 모든 일이 자신이 해야하는 임무를 완수한 뒤에 벌어지는 일이어야 했다. 그 것은 기원이나 바램과는 거리가 멀었다. 자신의 임무를 한번 상기해보았을 따름이다.
지상에서 죽은 인간은 박테리아와 미생물에 분해되어 사라진다. 피부, 눈, 손가락, 입술, 한 때 사람으로서의 몸을 구성하고 있었던 것들은 단백질이나 지방같은 세포단위로 잘려나가 결국 녹아 사라진다. 죽어버린 인간의 몸은 다시금 세상을 채우는 영양소가 된다. 익히 알고 있는 그 사실이 이 사람을 마주할 때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저 웃음이, 손짓이, 목소리가. 죽어 사라져 없었던 것이 되어버린다니.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한 채 그 어색한 기분을 말로 전하려했더니 잘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 사람은 이해한다는 양 아이를 달래는 듯한 미소를 짓고 웃어주었다. 그 얼굴을 마주하며 생각했다. 이 사람을 지킬 수 있기를. 모든 것이 끝났을 때 곁에 있는 사람들이 무사하기를. 무언가 의미도 없어보이는 것을 자신이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지상의 묘비는 조용하고 깨끗했다. 묘비가 서 있는 땅에는 억센 풀이 봉오리 맺은 꽃을 틔운 채 여기저기 흩어져있었다. 침묵과 무상함이 감도는 그 공간 속에서 여기 죽은 사람들이 남겨져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머뭇거리며 손을 뻗어 돌십자를 쓰다듬었다. 차가운 무기질의 감촉. 여기 묻혀있는 사람들이 이 것과 마찬가지로 생명없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그는 이 곳에 돌아오지도 못했다. 눈 앞에서 섬광과 함께 사라진 GN아머. 폭발음 속에서 모든 것이 사라졌다. 가만히 가슴 위에 손을 대었다. 그가 살아있었다면 그는 분명히 이 곳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그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이 곳으로.
..그가 죽었대도, 마찬가지일 것같았다.
베다는 신체 기능이 멈추면 인간은 죽는다고, 그렇게 '지식'을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그는 사라진 장소에도 남아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가르쳐주었다. 그렇게 믿게 만들어주었다. 위로하듯 가볍게 두드려주던 손길. 건네주었던 따뜻한 말. 웃음. 그런 것들만으로.
고개를 숙였다. 부디 평안하기를. 그렇게 빌었다.
여기 남아있는 사람들을 향해서, 멀리에서 이 곳으로 돌아올 그를 위해서.
fin.
20 聖書 (성서) / 雲路の果て
인간을 배운 티에가 좋습니다.
..개그는 어디메로..
Posted by 네츠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