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에서 나오다말고 록온은 침대 위의 알렐루야에게 눈길을 주었다. 행위가 끝나고 난 뒤의 알렐루야는 양지에 누워있는 고양이를 연상시키게 할 때가 있었다. 가느다란 눈매를 살짝 치켜뜬 채 나른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특히 그랬다. 목을 살짝 늘일 듯이 몸을 움직이는 건 한층 귀엽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록온은 얼결에 피식 웃었다. 대체 무슨 미사 여구냐. 상대는 자기보다도 덩치가 큰 성인 남자구만.
「무슨 일 있어요?」
록온의 표정 변화에 놀란 듯 알렐루야가 말을 걸어왔다. 별 것 아니라는 뜻으로 크게 고개를 한번 흔들고 록온은 알렐루야의 옆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머리 말리고 누우세요, 하는 알렐루야가 주의를 주었지만 록온은 모른 채 눈을 감아버렸다. 살짝 토라진 듯 알렐루야의 톤이 시무룩해졌다.
「알렐루야」
「머리.. 에?」
「아니 그냥. 너 목소리 좋구나 해서.」
「놀리지 말고 머리 말리세요. 감기 드니까.」
「놀리는 거 아냐, 이렇게」
그렇게 말하면서 록온은 옆으로 손을 뻗었다. 알렐루야의 머리카락이 손에 닿았다. 그대로 손을 더듬어 뺨을 스치고, 알렐루야의 입술에 닿았다. 경직되서 굳어버린 알렐루야를 곁눈질로 올려다보며 록온은 개구쟁이처럼 웃었다.
「허스키한 톤이 귀 바로 옆에서 울리는 게 좋구나~ 싶어서.」
「..록온.」
당황한 건지 부끄러운 건지 알렐루야의 얼굴이 달아올라 있었다. 쩔쩔매고 있다, 쩔쩔매고 있어. 록온은 속으로 큭큭 웃었다. 알렐루야가 입술에 닿은 록온의 손을 떼어내려고 두 손으로 어렵사리 록온의 팔을 붙잡았다. 그 모양새가 유리세공품을 품에 안은 어린애마냥 서툰데다 긴장으로 뻣뻣하게 굳어있었다.
「알렐루야~ 그렇게 위험물 취급해도 나 안 부서지는데?」
「모,모르는 일이에요! 저는.. 저는 힘이 세니까.」
암만 쎄도 성인 남자 팔을 두 손으로 부러트리겠냐. 아니 그 전에 지금 니가 잡은 폼으로는 개미 한마리도 못 죽일 거야, 응.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끄덕끄덕하던 록온은 몸을 쑥 당겨서 알렐루야와의 거리를 좁혔다. 화들짝 놀라는 은회색 눈동자를 빤히 쳐다보며 록온은 너털 웃었다.
「로..록온?」
「착하지, 착하지」
록온은 자유로운 다른쪽 손으로 알렐루야의 머리를 토닥거렸다. 침대에 바싹 붙어앉은 커다란 남자 둘이 그려내는 형상 치고는 좀 웃길지도 모르겠다만. 뭐 어떠냐 아무도 안 보고. ..이 녀석은 귀엽고. 알렐루야는 록온의 팔을 붙잡은 채 당황해서 꽉 굳어있었다.
「부족하면 안아줄까?」
장난스레 말하자 알렐루야의 얼굴은 순식간에 홍당무가 되었다. 록온은 씨익 웃고서 알렐루야의 어깨 밑으로 곰실곰실 파고들었다. 머뭇머뭇 록온의 손을 놓은 알렐루야가 팔을 뻗어 록온을 끌어안았다. 록온은 한번 웃고서 알렐루야의 목덜미에서 가슴께로 이어지는 선에 얼굴을 묻었다. 잘 그을린 피부에서는 햇볕 냄새가 날 것같았다.
「아, 머리 안 말렸는데」
「..괜찮아요」
fin.
08. 抱いてあげる (안아줄게) / 强く儚いものたち
분명 얀데레 알렐루야를 쓰려고 했던 것같은데 결과물이.. 어..음.
앵기는 건 록온. 쩔쩔매는 건 알렐루야. 그런 관계도가 좋습니다. 티에리아에게는 완벽한 사람이고 세츠나에게는 ..(침묵)이지만 알렐루야에게는 록온이 '좋은 사람'이라는 게 좋아요.
Posted by 네츠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