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은 전부 물에 잠겨있었다. 성의 밤은 기묘하게 일그러진 듯 고요해서, 젖은 돌 위에 서 있는 배우를 나는 가만히 물 위에 떠서 바라보았다. 전기가 끊긴 채 물에 잠겨있는 대극장의 무대를 비추는 것은 줄줄히 나타난 배우들이 손에 들고 있는 양초뿐이었다. 그들은 갸날픈 목소리로 저들끼리 웅성거렸다. 연극을 하고 있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무대가 물에 잠기지 않은 것은 객석을 매운 물의 높이가 그곳까지 올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을 떠받치는 거대한 기둥들 사이로 검게 물든 밤하늘이 보였다. 가느다란 초승달이 은은한 빛을 냈다. 젖은 머리카락이 뺨에 달라붙었다. 차가운 물은 죽음처럼 싸늘하고 고요하고 다정했다. 이대로 이 속에 가라앉아 흔들리는 침전물이 될 것같았다. 무대 위에 서 있던 가장 어린 소녀가 뒤집어쓴 수도복의 두건을 벗고 나를 바라보았다. 손에는 흔들리는 촛불이 들려있었다. 그 촛불에 입맞추듯 품 가까이 끌어안고, 아이는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는 지나가다 들린 죽음이라오.' 연극적인 목소리. 그 것이 무대의 내용이라는 것을 알았다. 물 위에 떠 있는 것은 나만이 아니다. 두건을 뒤집어쓴 배우들이 무대의 중앙에 모였다. 이따금씩 물결치는 수면의 검은 물이 그들의 발을 적셨다. 객석을 메운 물 가까이 서서, 그들은 촛불을 끌어안은 채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나는 지나가다 들린 죽음이라오. 잠에 빠지듯이 눈을 감았다. 모든 것이 조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