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에리아 아데는 묵묵히 전방을 응시하고 있었다. 건담은 산악 지대의 능선에 묻혀 동체가 보이지 않게끔 광학미채로 모습을 감춰둔 상태였다. 임무 속행까지의 시간은 다소 길어지고 있었고 자신은 다음 미션의 실행 전까지는 계속 대기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했다. 달리 할 일도 없이 콕핏 내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인 상황이었지만 그렇게 대수로운 일도 아니었다. 애시당초 건담 마이스터는 시간을 지루하다고 여길만큼 한가로운 위치가 아니었다. 침묵과 기다림은 당연한 미덕이었다.
Down by the Sally Gardens
My love and I did meet
She passed the Sally Gardens
With little snow white feet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함께 대기중인 기체에서 나직한 노래소리가 흘러나왔을 때는 다소 놀랐다.
무슨 짓이냐고 쏘아줄까 하다가 잠시 머뭇거렸다. 통신회선에 비치는 록온은 자신이 흥얼거리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언제라도 출격 가능하게끔 조종간에 대고 있는 손과 먼 곳을 응시한 채 생각에 잠긴 눈동자. 티에리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날카롭게 쏘아대는 대신 말을 거는 쪽을 택했다.
[그건 무슨 노래입니까?]
[어? ..아, 미안. 방해됐어?]
[방해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방해되지는 않았지만. 회선의 목소리에 놀란 표정을 짓고 노래를 멈춘 록온은 그 후에서야 상황을 이해한 것같았다. 통신너머에서 들려오는 멋쩍은 목소리를 들으며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짓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남은 대기 시간은 약 122분. 스메라기 리 노리에가의 전술에 따라 적 기체가 등장하는 지정 포인트로 향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었다. 그렇다고해서 노래라니. 방해랄 것까지는 없었지만 미묘하게 거슬리는 것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같기도 했다. 그렇다고 뭐라 흠잡을 마음도 들지 않아 티에리아는 복잡한 심경으로 통신 화면에 뜬 듀나메스의 마이스터를 노려보았다. 그 얼굴을 보고 어깨를 으쓱한 록온은 장난처럼 중얼거렸다.
[그렇게 인상 찌푸리지 마, 모처럼 잘생긴 얼굴에 주름잡힌다?]
[외관은 임무 수행과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거야 그렇긴 하지만, 동양 속담에도 있잖아, 금상첨화라고.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것도 있지, 음음.]
[저는 음식이 아닙니다.]
[거야 그렇네.]
록온 스트라토스는 딱딱하게 대답하는 말들을 개의치 않고 장난스레 웃었다. 동생을 놀리는 형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남자가, 문득 이 상황과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뭔가 말하고 싶어져 입을 벌렸다가 아무 말도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을 표현하는 말같은 것은 배운 적이 없었다. 그 대신 튀어나간 것은 자신도 생각치 못한 질문이었다.
[..그건 어디의 노래입니까?]
[어, 음- 내가 살던... 너무 두리뭉실한가? 기밀엄무 위반인데 괜찮아?]
[수비 엄무는 준수하시죠.]
[역시 그렇지? 나중에 알려줄게.]
듣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이었지만 마이스터로서의 의무를 어길 생각은 없었다. 남자는 티에리아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웃는 낯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앞에 세워진 가벼운 거부의 벽에도 록온은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티에리아는 록온의 말에 대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회선에서 시선을 돌렸다. 그가 말하는 '나중'이라는 것이 없을 것은 알고 있었다. 대답이 없자 곤란한 듯 웃은 록온도 입을 다물었다. 조종간에서 손을 놓은 그가 팔배개를 하고 몸을 뒤로 뻗는 것이 다 보였다. 여유로운 짓을.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티에리아는 가타부타 말하지는 않았다. 느긋하게 눈을 감고 있던 남자의 입에서 다시금 방금 전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여전히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부드러운 노래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In a field by the river
My love and I did stand
And on my leaning shoulder
She laid her snow white hand
티에리아 아데는 회선에서 들려오는 노래소리에 고개를 들고 화면을 응시했다. 그는 무의식 중에 부르는 노래에 맞추고 손가락을 까딱이고 있었다. 무언가에 정신이 팔려있는 것같은 녹색의 눈동자가 왠지 모르게 어리게 보여 티에리아는 저도 모르게 쓴 웃음을 지었다.
그가 부르는 노래의 제목은 알고 있었다. '그'에게서 듣기 거부한 노래가 전승된 지역의 이름도. 그의 고향에서 오래도록 전해오는 민요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결국 그의 입을 통해서는 무엇하나 듣지 못했지만. 불연듯 말을 걸고 싶은 충동이 밀려왔다. 티에리아는 입을 열었다가 곧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자신에게는 그에게 해줄 말이 아무 것도 없었다. 하물며 그 사람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그에게 할 리는 없었다.
She bid me to take life easy
As the grass
grows on the weirs
But I was young and foolish
And now I'm full of tears
노랫소리가 부드럽게 공간을 채우고, 티에리아는 묵묵히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부드러운 노래소리와 어려보이는 얼굴. 형제라는 건 이런 것까지 닮는 것일까. 다소 씁쓸한 기분이 들었지만 티에리아는 이내 그와 그의 형제에 대한 생각을 지워버렸다. 그저 화면 너머에 비추는 그를 바라보았다. 오래 전에 찍어두었던 기록영화를 다시 트는 것같은 그리움이 그 곳에 있었다. 그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눈빛을 하고, 그 때와 같은 노래를 부르는 그가 거기 있었다.
거기에, 있었다.
fin.
허상인 걸 알고 있습니다. 그가 라일인 것도 알고요. 닐이 여기 없는 것도 알고요. 그래도 시선을 뗄 수는 없습니다. 그런 기분. [#M_인생꼬인 디란디즈때문에 복장 뒤집어지는 아일랜드 민요 가사|접기|
Down by the Sally Gardens
Down by the Sally Gardens My love and I did meet
내 사랑과 나는 버드나무 정원 아래에서 만났습니다
She passed the Sally Gardens With little snow white feet
그녀는 눈처럼 하얗고 작은 발로 정원을 거닐었지요
She bid me to take love easy As the leaves grow on the trees
그녀는 내게 나무에서 잎이 자라는 것처럼 평온하게 사랑하라 했지만
But I being young and foolish With her did not agree
나는 너무 어리고 미숙해서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In a field by the river My love and I did stand
내 사랑과 나는 강 옆의 들녘에서 서 있었습니다
And on my leaning shoulder She laid her snow white hand
그녀는 내 기울어진 어깨에 눈처럼 하얀 손을 얹었지요
She bid me to take life easy As the grass grows on the weirs
그녀는 내게 둑에서 풀이 자라는 것처럼 여유롭게 살아가라 했지만
But I was young and foolish And now I'm full of tears
나는 너무 어리고 미숙했기에 이제와 많은 눈물을 흘립니다
Down by the Sally Gardens My love and I did meet
내 사랑과 나는 버드나무 정원 아래에서 만났습니다
She passed the Sally Gardens With little snow white feet
그녀는 눈처럼 하얗고 작은 발로 정원을 거닐었지요
She bid me to take love easy As the leaves grow on the trees
그녀는 내게 나무에서 잎이 자라는 것처럼 평온하게 사랑하라 했지만
But I being young and foolish With her did not agree
나는 너무 어리고 미숙해서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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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네츠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