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운이야기/일상보고
일상보고 130 - [차가운 불]
네츠케
2010. 6. 4. 23:58
1. 완전히 취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동아리의 마지막 토론 시간이었고 마지막 뮛풀이였어요. 술은 그다지 마시지 않았습니다. ..막걸리 한병정도? 종이컵으로 8잔정도를 마셨는데 얼마정도인지는 말 모르겠어요. 유일하게 아는 것은 지금 자신이 알딸딸하게 취했다는 것정도일까나. 동아리 뒷풀이였거든요. 오랜만에 침대에 누웠더니 세상이 빙빙 도는 모습을 봤습니다. 어째 전철 내에서 내내 입술이 얼얼하더라.. 우우.. 나 술약하구나..ㅠㅠㅠ
2. 저는 고등학교 까지만해도 눈물이 날 정도로 바른생활 소녀였기 때문에 술은 거진 대학교에 와서 처음 마신거나 다름없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즈음 학원캠프에서 마셔보긴 했지만 그때도 음.. 정당히 마신 건 아니었지만 금방 깼고요, 그러니 대학교에 와서 손발이 얼얼할 정도로 마실때마다 신기한 기분이 듭니다. 처음으로 맛보는 '취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오늘은 설마 그래도 막걸리 여덟잔에 맛이 갈 줄은 몰랐지만요.
3. 술이 취하면 이성은 거의 남아있지 않은데 기억 속의 본능만큼은 평소만큼 강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역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왔고, 집에오자마자 세수를 하구 이를 닦고 코 옆 여드름이 올라온 곳에 안티 트러블 패치를 붙였습니다. 평소에는 잘 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데, 취했다고 생각하니까 역으로 어떻게든 이것만은 하지 않으면-하는 자율 방아쇠가 작동하는 것같아요. 신기한 기분. 그리고 모든 행동에 대해 조금 더 평소보다 힘을 더 주고 있는 기분도 듭니다. 이를 닦을 때 평소라면 이렇게까ㅣㅈ 세게 잒지 않았겠지, 라늗ㄴ가 글으 ㄹ쓸때 이렇게까지 애쓰지 않겠겠지, 라든가 하는 거요. 저 역에서 버스카드 충전까지 하고 왔어요. 부디 내일 아침에 버스카드 2만원이 전부 채워져있기를. 만원 비워져있다던가하면 분명 슬플 거에요.. 우우..
4. 쨌든 술에 취하고 나면 남은 것은 평소 습관처럼 길들여져있는 이성뿐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내일 아침 일어났을 때 이 글은 오타 투성이일 수도 있겠고 반대로 가지런한 글일 수도 있겠죠. 어느 쪽이든 취했기 때문에 열심히 참아내든다 참아내지 않았던가 하는 반작용의 결과로 만들어진 일상보고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느쪽이 옳거나 나쁘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글 쓴 장본인의 정신이 헤롱헤롱해서 온전하지 못하는 상태라는 건 확실히 아이러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