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운이야기/일상보고

일상보고 95 - [천년의 귀환]

네츠케 2009. 11. 15. 22:27

1. 굉장히 오랜만에 들어오는 블로그같은데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네요. 저질러 놓은 일이 많아서 그런가..orz 단순히 일기를 적어놓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저에게 일기는 하루 일을 적는다는 것 이상으로 기억을 복제해놓는 것같은 느낌이 강해서.

2. 동아리 축제때문에 매번 밤 귀가를 하고 있습니다. 슬슬 익숙해지긴 했는데 역시 저녁에 들어오니까 아무래도 식사가 부실해져서 큰일이에요. 삼각김밥으로 때우거나, 때우거나, 때우거나, 때우거나.. etc. 아니면 식비가 겁나게 드는 거라든가, 동아리 선배님들이 시켜주시는 배달음식이라든가. 여러모로 몸에는 좋지 않을 것같은 식사라 걱정입니다.

3. 방이 순식간에 다시 개판. ..반성합니다.

4. 지금까지 등기의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이름 위치를 반대로 알고 있었습니다. ..라기보다 편지를 안쓴 게 하도 오래되어서. ..라기보다.. 변명의 여지가 없네요 그냥 병신짓했구나 싶었습니다. 덕분에 택배비는 따따블. 랄지 기다리게 해서 죽을만큼 미안합니다. 거기에 하필 주말이 껴서..orz

5. 늘생각하는 거지만 제 글쓰는 패턴은 목욕탕에서 생각나고 침대에 누우면(정확히는 컴퓨터를 켜면)사라지는 것같습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되게 많았던 것같은데 순식간에 사라지네요?;

6. 주말동안 어무이가 제주도에 다녀오셨습니다. 아버지는 인터넷으로 사귄 친구의 사과밭이 피해를 입었다는 말에 도와주러 가셨습니다. 주말간 혼자 남아 외로웠습니다. ..orz 라기보다 과제에 치여서 죽을뻔했습니다. 이래저래 일찍 해놔야했는데, 그 놈의 심즈..ㅋ

7. 그리고 또 새삼 생각하는 것. 세상 일은 굉장히 상대적이구나, 하는 것. 어무이가 제주도를 가시고 제가 일본에 갔다왔더니 갑작스레 집이 부르주아가 된 기분이라서 겁나 당황했습니다. 실제 든 비용은 어무이 15만원 저 xx만원 정도였으니까 아주 호화판 여행은 또 아니었습니다만. 음, 그러니까, 뭐라고 말해야할지 잘 모르겠지만 "(여행 못가니까) 가난해~"와 "(내일 먹을 쌀이 없어서)가난해~"라고 하는 건 굉장히 틀리다는 걸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개인의 감정은 절대적인 게 아니라 상대적인 거잖아요. 어느 쪽도 힘들다, 가난하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건 진심이겠구나, 하고. 지금까지 x천만원짜리 팔찌를 하고서 요새 경기가 힘들어서~하고 말하는 사람을 매우 어처구니 없어했었습니다만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본인 체감은 분명 힘든 거겠지요.. 뭐 사람 눈에 보이는 건 절대적인 경계밖에 없으니까 그런 우는 소리도 적당히해야겠지만요.

8. 요즘 읽은 책은 13계단, 통곡, 리얼 월드, 술탄 살라딘. 살라딘은 아직 읽고 있는 중이고, 리얼 월드와 13계단은 복습이고, 통곡은 첫만남입니다. 13계단은 처음 읽었을 때보다 지금이 더 맛있었어요. 제게 있어 이 책은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사회소설이거든요. ..아니 사회소설인가? 처음에 마냥 이끌리듯이 뛰어갔던 거라서 허접한 트릭에 어라?;를 외쳤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중요한 건 470번의 이름이나 버튼을 누르는 순간이나 그런 쪽이겠죠. 누가 진범이고, 누가 거짓이고, 뭐가 반전이냐 그런 게 아니라.

9. 어느 쪽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사형제도에는 찬성하는 편입니다. 모르겠어요. 제가 교도관이 된다면 기꺼이 버튼을 누를 수는 없..을 테죠, 아마. 간이 작은 인간이니까. ..아니 별로 간이 커서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요. 합법적이고 승인을 거치는 살인이라는 게 참 아이러니한 겁니다만 저는 함무라비 법전 지지파입니다. 누군가에게 고통을 준다면 자신도 그 만큼을 짊어질 각오를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저는 상대를 침해하는 순간부터 그 자신의 삶에 대한 권리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어.. 막상 겪으면 저렇게 딱 잘라 말할 수 있을 것같진 않지만. 엄청 정론에 재미없는 소리지만, 역시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가 없어요. 사람을 저주하면 구멍은 두 개, 인과응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제 소중한 사람이 죽는다면 같은 대가를 받으라고 할 것같아요. 속이 좁은 인간이라서 용서는 못할 겁니다. 엽총을 쥐고 나선 누군가의 아버지처럼.

10. 책을 읽고 뭔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는 건 참 맛나는 일 같아요.

11. 주말간 과제는 끝났는데 아직 할 일은 산재해 있습니다. 팀플 발표가 하나 더 있고, 레포트도 하나 더 있고, 팀플 레포트도 하나 더 있고, 그리고 서류 준비도 있고. 12월까지 이어지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않고 느긋하게 해나갈 생각입니다. 단어 시험이나 그런 것도 사이사이 감초처럼 껴있네요. 쩝쩝.

12. 교환학생 신청은 일단 붙었습니다. 6개월 단기지만 간다고 생각하면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게 되니까 그냥 깊게 생각하지 않을래요. 닥치기 전까지는 잊어버리고 싶습니다. 시험 접수를 하면서도 그 시험을 치는 자신을 생각하지 않거나, 면접을 보면서도 그걸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거나, 닥친 당일 날에 코드를 전환하는 게 제게는 맞는 것같아요. 간이 작아서 계속 거기에 대해 생각하고 있으면 힘들어지거든요. 별로 말하고 싶지 않기도 하고..

13. 완벽하고 빠르고 아름답고 고귀한 노트북에 한가지 단점이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삼성 r519-ja42s에 맞게 나온 키스킨은 없어요..orz 아마 키패드가 딸려있어서 그런 것같습니다. 지금 씌워놓은 키패드가 살짝 안맞는데, 어떻게 해야하면 좋을지 고민이네요. 지난번 후지쯔는 녹슬고 무려 곰팡이까지(!) 피어있었다는 사실에 충격받아 히로군은 깨끗하게 쓰고 싶은 마음 가눌길이 없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