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안았다. 연약한 아이를 보호하듯이 그를 그렇게 안아들었다. 움직이지 않은 채 축 늘어진 그 몸이 언젠가 보았던 죽은 새를 연상시켰다. 문득 함께 했던 긴 시간동안 그와 이렇게 닿아본 것은 처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당연했다. 이 남자는 언제건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이 아니었고 자신은 그에게 손을 뻗어본 적이 없었다. 후회한 적은 없었다. 아마 지금 이 순간조차도.
싸늘하게 식은 체온이 아팠다. 앞섶이 그에게서 떨어진 피로 젖어들었다. 비틀거리며 그를 안아올려 금의 옥좌위에 앉혔다. 영원히 눈뜨는 일 없을 그는 옥좌 위에서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그의 몸을 부축하듯이 가느다란 사슬로 그를 옭아매었다. 쓰러지는 일 없이 그 곳에 붙박혀 앉은 힘없는 그 몸을 오래도록 서서 바라보았다.
그를 이 곳에 두고 가는 것은 자신의 이기심에 지나지 않는다. 함께 데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마지막 순간에도 자신을 외면하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머뭇거리며 손을 뻗었다. 진녹색의 머리카락이 피에 젖어 달라붙은 뺨은 싸늘했고, 온기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제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은 그의 시신조차, 그는 내게 남겨주는 일 없이 떠났다. 자신이 희미하게 웃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 것이 울음같은 미소라는 것도 알았다. 그를 안고 통곡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저 오래도록, 옥좌 위에 앉은 그를 응시했다.
너는 언젠가 내가 마음에 들어 택했다고 했지.
바보같은. 너는 나를 한번도 보지않은 채 '남은 것'을 집어들었을 뿐이었는데.
..나는 이렇게 기억하고 있는데.
손을 뻗어 등 뒤로 길게 내려오는 은발의 머리카락을 손에 쥐었다. 자르려고 하는 것을 몇번이나 그가 말렸다. 아마도 좋아했던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서 정리하기 귀찮아 하면서도 내버려두었다. 언제나 멋대로 빗어주었다. 언제 목을 자를지 모르는 그 손길에 머리칼을 맡기고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좋았다. 외면하는 것처럼, 도망치는 것처럼 그에게 무방비한 자신을 내보였다. 언제나 자신을 해하지 않는 채 끝나는 그 시간이 괴로운 만큼 좋았다.
..제이드. 나는 너를.
하고 싶었던 말을 떠올린다. 이제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쏟아져나올 듯 부풀어올랐던 말은 의미도 없이 사라졌다. 심장은 여전히 잘려나간 듯 괴로웠지만 이제는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검을 들어 머리카락을 잘랐다. 은빛의 긴 머리채가 손안에서 부스스 흩어졌다. 왕좌 위에 기대어 쓰러진 그의 무릎 위에 잘라낸 머리카락을 놓았다. 영원히 돌아보지 않겠다는 맹세를 대신해서. 뒤돌아서 걸었다. 짧아진 머리가 뺨을 스쳤다. 그는 영원히 뒤를 따라오지는 않았다. 자신도 기다리지 않았다.
문은 다시 봉인되었다.
옥좌 위에서 영구히 침묵한, 한 명의 천사가 그 안에서 잠들었다.
fin.
이런 꿈을 꾼 자신의 무의식을 일어나 저주했습니다.
천상에서 출구를 찾아 날아다니던 제이드 이후에 제일 질나쁜 꿈이야..!!!